천체의 색온도(Color temperature)와 천체의 색
개요
색온도는 천체의 색과 동일한 색을 갖는 흑체의 온도로 정의된 천체의 표면온도이다. 천체의 색은 인접한 두 파장 간의 겉보기등급의 차이인 색지수로서 표현한다. 이에 따라 별과 같은 천체는 색으로 온도를 추정할 수 있지만 천체의 실제 색이 우리 눈으로 보는 색과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또한 성간물질이나 지구대기에 의한 소광효과로 천체의 색이 실제 색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확한 색온도의 결정을 위해서는 이에 대한 보정이 필요하다.
천체의 색
별이나 행성과 같은 천체의 복사에너지 스펙트럼은 넓은 파장영역에 걸쳐 에너지가 연속적으로 분포하는 연속스펙트럼의 형태를 갖는다(그림). 한편 인간의 눈은 서로 다른 파장에서의 밝기 차이를 색(color)으로 인식하며, 밝기 차이는 등급의 차 혹은 플럭스(단위시간당 단위면적당 방출되는 복사에너지)의 비로 인식한다. 예를 들어, B(청색)와 V(녹색-황색) 파장에서의 플럭스의 비는 이 파장 구간에서의 복사에너지 스펙트럼의 기울기를 나타낸다. 그리고 플럭스의 비를 등급으로 바꾸어 표현하면 등급의 차이, (B−V)(B−V)가 된다. (BB와 VV는 해당 파장에서의 천체의 겉보기등급) 이처럼 인접한 두 파장 간의 등급 차이, 즉 짧은 파장의 등급에서 긴 파장의 등급을 뺀 차이를 색지수라고 한다. 이 색지수는 특정 파장 구간에서의 스펙트럼의 기울기 척도이며, 천체의 색을 정량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한편, 인간의 눈은 모든 색을 동일하게 인식하지는 못한다. 초록색이나 보라색은 청색이나 적색에 비해 잘 인식되지 못한다. 밤하늘에 초록색이나 보라색 별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이 이유 때문이다.
천체의 표면온도
만약 광원인 천체가 흑체라면 열역학적평형 상태에 있으므로 광원 전체가 동일한 온도를 갖는다. 그러나 실제 별이나 행성은 중심의 온도가 가장 높고 바깥쪽으로 갈수록 감소한다. 예를 들어, 태양은 중심핵에서 온도가 15,000,000 K이지만 광구에서는 약 6000 K이다. (천문학에서 사용하는 모든 온도는 절대온도이다. 절대온도의 단위는 켈빈(kelvin)으로서 K로도 표시한다. 절대온도와 섭씨온도(∘∘C) 단위와의 관계는 [K]=[C]+ 273.15로서 눈금간격은 동일하다.) 따라서 빛이 나오는 외곽층만 별도의 흑체로 가정해서 천체의 표면온도를 결정한다. 그러나 천체의 외곽층도 완벽한 흑체가 아니므로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표면온도가 달라질 수 있다.
1. 유효온도(Effective temperature)
유효온도(effective temperature)는 천체 표면의 단위면적으로 방출되는 총복사에너지, 즉 복사광도(bolometric luminsity)에 상응하는 흑체의 온도이다.
복사광도의 측정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태양의 스펙트럼에 나타나는 수많은 검은 흡수선들(즉, 프라운호퍼선)처럼 천체의 대기층에 의해 일부 파장의 빛이 흡수된다. 또한 빛의 진행거리가 길어질수록 빛이 전 공간으로 확산되는 거리효과 때문에 전 파장에 걸쳐 빛의 세기가 감소한다. 이밖에 성간물질과 지구대기에 의한 소광효과(흡수와 산란) 때문에 가시광보다 파장이 짧은 빛은 대부분 소거된다. 그리고 망원경이나 검출기의 감도가 모든 파장에 걸쳐 균일하지 않은 점 등 여러 이유로 원래의 복사광도를 알기가 어렵다.
2. 색온도
색온도는 천체의 색과 동일한 색을 갖는 흑체의 온도로 정의하며, 색지수로 측정한다. 색지수의 측정은 상대적으로 쉽다. 열역학적평형 상태의 흑체가 방출하는 혹체복사 스펙트럼은 오직 온도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플랑크복사법칙을 따르므로, 이론적으로는 스펙트럼의 어느 파장영역에서 색지수를 측정하더라도 동일한 온도로 결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전 파장에 걸쳐 복사에너지를 측정할 필요가 없을 뿐더러, 흡수선이 많이 분포하거나 소광효과를 강하게 겪거나 측정기기의 감도가 좋지 않은 파장영역을 피해서 색지수를 측정할 수 있다. 또한 거리효과는 모든 파장에서 동일하므로 두 파장 간의 등급 차이인 색지수에서는 거리효과가 상쇄되어 거리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예를 들어, 분광형 A0의 주계열성의 스펙트럼은 파장이 4000 Å보다 짧은 자외선 영역에서는 광구의 주성분인 수소의 강한 흡수선들 때문에 흑체 스펙트럼과 형태가 전혀 다르다. 반면에 가시광에서 적외선에 이르는 영역에서는 흑체 스펙트럼과 잘 일치하고 있다. 따라서 가시광-적외선 영역의 색지수에 근거해서 온도를 결정할 수 있다(그림).
3. 행성과 위성의 표면온도
행성이나 위성의 표면온도 결정은 좀 더 복잡하다. 행성이나 위성은 내부 열원(방사능붕괴열, 조석마찰열 등)이 있을 수도 있지만 중심별에서 받는 짧은 파장(가시광 등)의 복사에너지가 주에너지원이다. 천체 표면의 특성(얼음이나 구름 등)에 따라 입사에너지의 일부는 천체에 흡수되지 않고 우주공간으로 도로 반사되는데 이러한 특성을 반사도(albedo)라고 한다.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 영역에서ÅÅ 행성이나 위성의 색은 이처럼 태양빛의 반사광에 의해 주로 정해지는 반면, 반사되지않고 표면에 흡수된 에너지는 긴 파장(적외선 등)의 복사에너지로 다시 방출된다. 그런데 대기에 의한 온실효과가 있으면 복사에너지의 일부가 방출되지 못하고 대기 안에 갇히게 되어 표면온도가 상승한다. 그리고 천체의 자전속도나 자전축 기울기에 따라 밤낮이나 계절별 표면온도가 크게 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구의 유효온도는 252 K(-21 ∘∘C)이지만 대기 온실효과로 실제 표면온도는 평균적으로 288 K(15 ∘∘C)이다. 반면에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에서는 유효온도가 82 K이지만 대기 온실효과로 인한 21 K의 가열효과와 대기상부의 안개가 일으키는 역온실효과로 인한 9 K의 냉각효과가 더해져서 실제 표면온도는 94 K이다. 지구의 달은 유효온도가 271 K이지만 느린 자전으로 표면온도가 낮에는 373 K, 밤에는 100 K이다.
색지수의 측정 및 온도와의 관계
1950년대에 흑체 스펙트럼과 잘 일치하는 파장영역에 민감한 필터들(측광계)을 사용하여 천체의 색(색지수)을 측정함으로써 색온도를 결정하는 방법이 도입되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UBV 측광계에서 U 필터의 중심파장은 3650 Å(근자외선)에, B 필터와 V 필터는 각각 가시광의 4400 Å(청색)과 5500 Å(녹색-황색)에 위치한다.
색온도 측정에는 B와 V로 이루어진 필터 조합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별의 색온도 측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시기에 주로 사용되던 사진건판이 청색 빛에 가장 민감하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실제적으로 이 필터 조합이 온도에 대한 좋은 지표이기 때문이다. 이 필터 조합의 파장영역은 약 15000 K의 뜨거운 푸른 별에서 3000 K의 차가운 붉은 별에 이르는 광범위한 범위의 색온도 측정에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천체의 특성에 따라 다른 필터 조합도 종종 사용된다(그림).
그런데 파장이 짧은 빛일수록 소광(성간소광 혹은 대기소광)을 많이 겪으므로, 같은 분광형의 별이라도 거리가 더 멀거나 혹은 지평선에 가까이 있는 별이 더 붉어보이는 적색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소광효과를 보정하기 위해서 성간소광의 영향을 받지 않은 A0 주계열 표준성을 기준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표준성 중의 하나인 직녀성(베가)은 거리가 25광년으로 매우 가깝기 때문에, 성간소광량을 나타내는 색초과가 0.00 등급이다.
색지수와 온도와의 관계
완벽한 흑체는 색지수(B−VB−V)와 온도(TT)의 관계식이 단 하나만 존재하지만, 천체는 완벽한 흑체가 아니므로 경험적으로 결정된 여러 형태의 관계식이 존재할 수 있다(그림).
일반적으로 색지수는 등급과 비슷하게 온도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값이 작아진다. 즉, 뜨거운 푸른 별은 차가운 붉은 별보다 색지수가 작거나 음수이다. 예를 들어, 오리온자리 γγ별인 푸른색의 벨라트릭스는 색지수가 –0.21로 온도가 약 22000 K인 반면에, 같은 오리온자리 αα별인 붉은색의 베텔지우스의 색지수는 +1.85로 온도는 약 3500 K이다. 노란색의 태양은 색지수가 중간 값인 +0.66으로서 온도는 약 5800 K이다.
주계열의 분광형 A0 별은 B=0.0B=0.0, V=0.0V=0.0로 정의되어 색지수=0이 되므로, 온도는 약 10000 K가 된다. 즉, 양의 색지수는 A0 주계열별보다 색이 더 붉으면서 온도가 10000 K보다 낮은 별이고, 음의 색지수는 색이 더 푸르면서 온도는 그보다 높은 별을 의미한다.
한편, 색지수는 파장에 따른 복사에너지 스펙트럼의 기울기이기도 하므로, 온도 15000 K인 별의 스펙트럼은 B 파장과 V 파장 사이 구간에서 음의 기울기, 즉 음의 색지수를 갖고, 온도 3000 K인 별의 스펙트럼은 양의 기울기, 즉 양의 색지수를 갖는다. 물론, 기준별인 A0 주계열별은 이 구간에서 0의 기울기를 갖게 된다(그림).